그림자

그림자구름 한점 없는 맑은 날 아침, 뜨거운 햇살이 커튼을 뚫고 들어와 곤히 잠들어 있던 랑이를 깨웠다. 눈부신 햇살에 눈을 찡그리며 랑이는 팔을 들어 눈을 가렸다. 고개를 돌려보니 시계에는 ‘7:00’ 가 적혀있었다. 랑이는 침대 위에서 기지개를 피다가 침대에서 내려왔다. 이불을 정리하고 있는 중에 발에 티셔츠가 밟혔다. 어젯밤에 내일 입을 옷을 입어본다고 옷을 다 꺼내놔서 방바닥은 엉망이었다. 랑이는 방바닥을 보고 한숨을 쉬며 바닥에 쭈구려 널브러져있는 옷들을 정리하며 입을 옷을 찾기 시작했다. 분명 어제 다 찾아놓은 것 같았는데 뭘 입을지 결정하기가 너무 어려웠다. 정리하던 중 방바닥 위에 있는 휴지가 보였다. 랑이는 옷을 찾던 도중 휴지를 집어서 쓰레기통에 버렸다. 휴지를 버리고 나니 방바닥에 있는 쓰레기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랑이는 빗자루를 들고와 방바닥을 청소하기 시작했다. 청소를 다 끝내고 나서야 입을 옷을 다시 고르기 시작했다.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자 랑이는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 제 옷이 안보여요"  방에서 입을 옷을 찾으며 랑이가 말했다. 150이 조금 넘는 작은 키에 통통한 외형, 그러나 랑이는 남들의 시선을 신경쓰지 않고 누구보다 밝고 명랑하게 지낸다. 남들에게 친절하고 가족들을 사랑하는 랑이는 그 누구보다 자신을 사랑했다. “엄마가 가져다 줄게, 조금만 기다려.”엄마는 거실에 개어져있던 노란색 티셔츠와 청바지를 가져왔다. “엄마! 바지가 너무 길어요”“접어입는게 패션이래, 패셔니스타네 우리 딸"랑이는 웃으며 입고 있던 바지를 접으면서 말했다. “그러게, 이쁘네요"랑이는 옷을 다 입고 학교에 가기 위해  흰색 가방을 메고 방에서 나왔다. “다녀오겠습니다."  햇살이 비추고 있지만 바람이 살랑 불고 있어서 너무 기분이 좋아지는 아침이라고 랑이는 생각했다. 옆집에 사는 강아지가 반갑게 짖으며 꼬리를 흔들면서 인사했다. 기분 좋게 학교로 가는 길에 랑이는 앞에 이야기하고 있는 아이들을 보았다. 학교에서 소문이 별로 좋지 않았던 아이들이었다. 기분이 너무 좋았던 랑이는 그 아이들을 신경쓰지 않고 걸어갔다. 아이들의 걸음이 느렸는지, 아니면 랑이의 걸음이 빨랐는지 랑이와 아이들의 거리는 굉장히 가까웠다. 아이들은 작은 소리로 말했지만 거리가 가까워서 랑이는 그 아이들의 이야기를 다 들을 수 있었다.   “강이랑, 좀 별로지 않냐?”  “착한 척하는 것 같지?”  “그니까, 뚱뚱한게. 짜증나”   “강이랑, 착한 척하는 것만 좀 고쳐줄까?”  “그래. 걔가 착한 척하면 걔한테 말해주자.  ”  “아니면 말 걸어도 대답 안해주는 건 어때? 그럼 더 이상 안하지 않을까?”  “좋다. 좋다.”  랑이는 자신도 모르게 길 한가운데에서 멈춰섰다. 그러다 아이들에게 들킬까봐 재빨리 전봇대 뒤에 몸을 숨겼다. 랑이가 사는 동네에는 학교가 하나밖에 없어서 동네 아이들은 모두 랑이와 같은 학교에 다녔다. 학교에 가는 길에 아이들이 서로 얘기를 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자신을 정말 사랑했던 랑이였지만 몇몇 아이들이 무심코 내뱉은 그 말을 들은 랑이는 눈에 금방이라도 흐를 것 같은 눈물이 고였다. 돌로 온 몸을 맞은 것처럼 온 몸이 아픈 느낌이 들었다. 랑이는 생각했다. ‘저 말이 진심일까? 아닐거야. 아닐거야.’ 전봇대 뒤에서 랑이는 입고 있던 노란색 티셔츠에 옷 매무새를 고치고 눈에 고여있는 눈물을 닦고 스스로 토닥였다. 그렇지만 그 상처들을 랑이의 마음 깊숙히 남아있었다.   그렇게 상처받은 마음으로 학교에 갔다가 학교가 끝나고 랑이는 집으로 가고 있었다. 돌아오는 길에 랑이는 우연히 아침에 자신이 몸을 숨겼던 전봇대의 그림자를 보았다. 아침에 상처들이 생각나면서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검은색 그림자로 숨고 싶었다.   그 일이 있은 이후로 랑이는 난생처음 남들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이야기하다 자기가 들어와 갑자기 조용해지면 혹시 내 얘기를 한 건 아닐까 생각했고, 언제 왕따를 당하게 될 지 두려워 반 밖에도 잘 나가지 않았고 혹시라도 밖에 나가면 주변을 둘러보며 내가 지나가면 나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비웃지는 않을까, 여기있는 모든 아이들을 나를 왕따 시키려고 하는 건 아닐까 생각했다.친구들의 말을 잘 들어주고 친구들을 많이 챙겨주며 친구들의 의견에 항상 동의하며 자신의 의견을 잘 이야기 하지 않았다. 항상 웃으며 지내고 짜증도 안내고 친구들에게 먼저 말을 거는 일도 적어졌다. 상처 받지 않기 위해 남들이 좋아할 만한 모습으로 살아갔다. 더욱 더 남들에게 친절하게 지냈다. 이런 자신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매일 밤 베개가 다 젖도록 눈물을 흘렸다. 그 아이들이 내뱉은 말로 인해 살아가다보니 이전에는 자연스러웠던 자신의 친절이 가식적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고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다.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잊어가고 있었다.   그렇게 살아가다 바닥을 보니 검은 그림자가 눈에 띄었다. 며칠 전의 생각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 그림자를 보며 이전에는 숨고 싶었지만 지금은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그림자가 되고 싶었다. 그저 그림자처럼 상처받지 않으며 살아가고 싶었다. 그런 생각을 하며 랑이는 집으로 돌아갔다. 옆집 강아지가 짖지도 않고 커다란 눈으로 랑이의 눈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집으로 돌아온 랑이는 곧장 방으로 달려가 이불을 뒤집어 쓰고 잠을 청했다. 그렇지만 평소와는 다르게 쉽게 잠들지 못했다.  다음 날 아침, 잠에서 깨어나보니 자신이 그렇게 숨고 싶고 되고 싶었던 그림자가 되어있었다. 랑이가 깨어난 세계는 현실 세계가 아닌 그림자들이 모여사는 그림자 세계에서 깨어났다. 그림자 세계는 현실 세계의 그림자들로 이루어진 세계였다. 랑이를 제외한 모든 그림자는 현실에 있는 그림자 주인의 숨겨진 내면의 생각들이었다. 랑이는 그림자 세계를 둘러보기 위해 집 문을 열었다. 집 밖에는 랑이의 동네의 모습의 그림자들이 펼쳐져있었다. 익숙한 동네의 모습에 랑이는 조금 긴장을 풀고 밖으로 발을 내딛었다. 나서보니 조금 다른 모습이 보였다. 분명 익숙한 동네의 모습도 있었지만 조금 다른 모습의 동네도 보였다. 몇 년전의 동네의 모습들도 보였고, 몇 달 전에 모습도 보였다. 랑이는 그림자의 모습으로 다른 모습의 동네로 천천히 걸어갔다. 다른 모습의 가게들과 재작년에 완공되었던 아파트는 공사중인 모습이었다. 오랫동안 그 동네에 살아 과거의 모습을 다 알고 있는 랑이는 과거로 온 것 같았다. 걷다보니 학교 앞이 보였다. 랑이는 누군가 자신을 볼까봐 자신이 그림자인 것도 잊고 황급히 전봇대 뒤에 몸을 숨겼다. 그 때 교문 밖으로 나오는 아이들의 무리가 보였다. 거기엔 몇 주 전에 자신에 대해 나쁘게 말했던 아이가 있었다. 랑이는 자신의 눈을 믿을 수가 없었다. 그 친구는 아이들에게 둘러싸여 교문 밖으로 나왔다. 때리는 소리와 맞는 소리, 울음 소리와 욕설이 들렸다. 
“ 야, 쌤들이 너 왜 이렇게 좋아하냐?, 니네 엄마가 돈이라도 줬냐? 너같은 애가 뭔데 ”“ 아니야.. 그런적 없어… 자꾸 나한테 왜 그러는거야? ”“ 얘가 덜 맞았네. 야 더 때려 ” 아이들은 그 친구를 둘러싸서 더 심하게 때리기 시작했다. 그 무섭고 끔찍한 상황을 계속 볼 수 없었던 랑이는 뒤돌아 달리기 시작했다. 뒤돌아 보지않고 앞만 보고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도록 달렸다. 옆에서 자기를 보며 짖고 있는 강아지의 목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처음 나왔던 집 앞에 도착했지만 맞고 있는 그 장면이 랑이의 머릿속에서 계속 맴돌았다. 바로 옆에서 일어나고 있는듯이 소리도 들리는 것 같았다. 그 기억을 잊기 위해 랑이는 곧장 보이는 아무 길이나 걸어가기 시작했다. 걸어가며 주위를 둘러보니 학교로 가는 길은 아닌 것 같았다. 뭔가 많이 본 듯한 느낌이었지만 도무지 어디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랑이는 기억을 더듬으며 앞으로 걸어갔다. 누군가 자신이 아까 그 상황을 지켜봤다는 것을 알까봐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고개를 들고 당당히 걸어갔다. 그러다가 누군가 지나가기만 하면 고개를 숙이고 몸을 움츠리며 빠르게 걸어갔다. 그렇게 걸어가고 있는 중 여기가 어디였는지 생각이 났다. 자신에 대해 나쁘게 말했던 또 다른 아이의 집 근처였다. 사실 랑이와 그 친구는 친한 친구였다. 그래서 서로 자주 집에 데려다주곤 했어서 그 길이 익숙한 것이었다. 하지만 정작 그 아이에 집에 들어가본 적은 한번도 없었다. 그 친구가 자주 자기를 데려다주기도 했었고 집 앞에서 서로 헤어졌기 때문이다. 랑이는 그 친구와 마주칠 것 같은 두려움과 친했었던 그 친구의 집에 가보고 싶다는 호기심이 동시에 들었다. 두려움보다 호기심이 더 컸는지 랑이는 발걸음을 옮겨 앞으로 걸어갔다. 해도 없고 바람이 부는 서늘한 날씨였지만 긴장한 랑이의 손엔 땀이 흥건했고 이마에도 땀이 맺혔다. 앞으로 가다 랑이는 한 집 앞에 멈춰섰다. 그 친구의 집이었다. 그림자 세계여서 그런지 흑백의 모습이었지만 집의 외형이 굉장히 예뻤다. 아치형의 정문과 그 옆에 있는 귀여운 우체통, 테라스가 있는 2층 집에, 거실에는 통유리가 있고 마당까지 있는 집이었다. 집에 선 랑이는 입술을 깨물며 고민했다. 돌아갈까, 아니면 눈 앞에 있는 벨을 눌러볼까. 랑이가 고민하고 있는 중에 집 안에서 소리가 들렸다. 여자아이에 때쓰는 소리 같았다. 소리를 지르며 울기도 하고 빠르게 계속 말하기도 했다.하지만 대답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아니 그 아이에 때쓰는 소리말고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조금 시간이 지나자 집 문이 열렸다. 랑이는 정문 앞에 서 있다가 깜짝 놀라서 소리를 낼 뻔했다. 랑이는 입을 틀어막고 그 집 담벼락에 달라붙었다. 랑이의 친한 친구가 집 밖으로 나왔다. 반팔 티셔츠와 냉장고 바지를 입고 머리는 헝크러져서 대충 묶은 머리에 손에는 장바구니가 들려있었다. 랑이가 아는 그 친구는 항상 예쁘게 꾸미고 다니는 공주님 같은 아이였다. 랑이는 자신의 눈을 의심하며 오른손으로 눈을 비볐다. 다시봐도 그 아이였다. 그 아이가 나가고 나서 그 집에서는 정적만 흘렀다. 랑이는 너무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다. 집에는 쟤밖에 없었는데 집 안에서 왜 그런 때 쓰는 소리가 났을까, 저 아이는 왜 내가 알 던 모습과 너무나 다를까. 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갑자기 그림자 세계의 시간이 빨리 흐르면서 금방 저녁이 되었다. 그 아이에 집 거실에 불이 켜졌다. 아무도 없이 그 아이 혼자 쭈그리고 앉아서 티비를 보고 있었다. 조금 있다가 그 아이의 부모님이 들어오셨다. 그 아이는 부모님께 반갑게 인사했지만 부모님의 반응은 매서운 겨울 바람처럼 차가웠다. 환하게 웃고 있던 아이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어졌다. 부모님은 2층으로 올라가고 그 아이는 다시 거실에 와서 쭈그려 앉아 티비를 봤다. 그 아이의 얼굴에 눈물이 흘러내렸다. 빠르게 시간이 흘러 아침이 되었다. 아이는 아침에 학교에 가려고 집 밖으로 나왔다. 어제 오후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 머리는 웨이브가 있는 긴머리에 원피스와 구두에 정말 공주같은 모습이었다. 나오면서 그 아이는 중얼거렸다. “넌 사랑받는 아이야. 부모님의 사랑을 받는 아이야. 넌 아름다워.”아무렇지 않게 매일매일 부모님께 진정한 사랑을 받으며 살았던 랑이는 왜 저러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 아이는 그 얘기를 하면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러면서 “난 사랑받지 못해. 아무도 날 사랑하지 않아. 난 사랑받을 자격이 없어.” 라고 얘기했다. 부모님의 사랑을 받지 못한 그 아이는 다른 이에게라도 사랑받기 위해 예뻐져야하고 아름다워져야한다고 생각했다. 착한 아이가 되어야하고 친구가 생긴다면 그 친구에 맞춰서 살아야한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살았다. 그렇게 되뇌이고 되뇌이며 살아갔다. 랑이는 점점 아이들의 아픔을 알게되었다.무작정 달려왔던 그 길을 터벅터벅 두리번 거리며 랑이는 걸어갔다. 마음이 간질거리는 느낌이 났다. 흑백 뿐이었던 그림자 세계가 조금씩 색을 찾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집으로 돌아온 랑이는 그림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조금씩 사라졌다. 사랑할 수 있고 위로해줄 수 있는 사람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하지만 방법을 알지 못했던 랑이는 집으로 들어가려고 은색 문 손잡이를 잡았다. 그러나 문이 열리지 않았다. 랑이의 동그란 눈은 더 동그랗고 커다래졌다. 문 손잡이를 잡고 흔들고 돌려보고도 하였지만 문은 열리지 않았다. 랑이는 포기하고 문 앞 계단에 걸터앉아 흑백의 동네를 바라보고 있었다. 서늘한 바람이 조금은 따뜻한 바람처럼 느껴지고 너무 피곤한 며칠을 보내서 그런지 졸음이 밀려왔다. 잠에 들기 직전 누군가 뛰어가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에 잠이 깬 랑이는 눈을 비비며 앞을 바라봤다.뛰어가는 아이는 자신에 대해 나쁘게 말했던 한 아이였다. 운 것 같이 눈이 빨갛게 충혈되었고 눈 주변도 빨게져있었다. 랑이는 왜 울었을까 하는 호기심에 그 친구를 따라 뛰어갔다. 거의 다 따라갔을 무렵 그 아이가 눈 앞에서 사라졌다. 주변에는 커다란 나무 한 그루 밖에 있지 않았다. 마법의 나무처럼 아주 크고 높은 오래되보이는 나무였다. 랑이는 가쁜 숨을 내쉬며 흙에 옷이 더러워지는지도 모르고 그 나무에 기대어 앉았다. 궁금한 마음은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더 커져버렸다. 왜 울었는지, 어디로 사라져버린 건지 하는 궁금증이 점점 커져갔다. 랑이는 벌떡 일어나 옷에 붙은 흙먼지들을 손으로 털고 옷매무새를 고치며 주변을 두리번 거렸다. 마법을 쓰지 않고서는 사라져버릴 때가 이 나무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랑이는 나무 기둥 어디엔가 구멍이 있을까하는 마음으로 나무 기둥을 손으로 훑으며 조심히 걸었다. 그렇게 돌다가 처음이 가까워져도 아무런 이상함을 발견하지 못해 실망하며 나무 기둥에서 손을 땔려고 하는 그때, 손이 어디엔가 부딪쳤다.“아야, 이게 뭐지?” 랑이의 눈 앞에는 나무 기둥의 패턴과 이어지는 작은 손잡이가 있었다. 랑이는 잠시 주저하다 손잡이를 잡고 잡아당겼다. 나무 기둥이 이상한 소리를 내며 열렸다. 나무 기둥 안에는 사다리가 있었다. 흥분된 마음을 가라앉히고 랑이는 침착하게 그 사다리를 올랐다. 사다리 끝에서 얼굴을 조금 내밀고 밖을 바라보았다. 그 친구가 나무 위에 앉아서 무엇인가를 열중하며 쓰고 있었다. 랑이는 들킬까봐 얼른 사다리를 내려와 그 친구를 피해 나무 기둥 뒤에 숨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깜빡 잠이 들었던 랑이는 깜짝 놀라 잠이깼다. 하늘이 붉게 물들며 노을이 지고 있었다. 랑이는 일어나 다시 그 사다리를 올라갔다. 그 친구는 없고 작은 다이어리와 볼펜이 나무 위에 안정적으로 놓여있었다. 다이어리는 아무 무늬가 그려있지 않은 갈색에 그 아이에 이름이 써있었다. 랑이는 그 다이어리가 너무나도 열어보고 싶었다. 한편으로 안 된다는 것을 알았지만 그 생각보다 먼저 손이 앞으로 나갔다. 랑이는 그 다이어리를 열어 읽기 시작했다. 너무 예쁜 글씨로 일기가 써있었다. ‘ 20XX년 OO월 @@일, 오늘은 학교에서 갑작스럽게 시험을 봤다. 아이들은 모두 놀랐고 당연히 다 좋은 성적을 받지 못했다. 그런데 강이랑은 혼자 100점을 맞았다. 그러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친구들이 시험에서 틀린 문제를 물어보며 친절히 답해주고 몇 점이냐고 물어보면 조심스럽게 100점이라고 말했다. 난 강이랑이 정말 싫다. 친절한 척 가식 떠는 거다. 내가 못하는 거 다 잘하고…. 정말 재수없다……부모님은 항상 나에게 강이랑 이야기를 한다. 걔는 뭘 잘 했다더라, 아주 착하고 좋은 애라더라… 그 얘기를 들으면 강이랑이 더 싫어진다. 내가 잘하는 건 뭘까… 하나도 없겠지…. 왜 난 아주 조금도 잘할 수 없는거지?나도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안다… 강이랑은 정말 좋은 애라는 것도 알고, 정말 친절하고 멋진 애인 것도 안다. 사실 재수없지 않다. 친해지고 싶은데…’ 눈물 자국으로 번져서 더 이상 읽을 수 없었다. 랑이의 눈에서 눈물이 흘렸다. 그 친구가 정말 힘들었겠다고 생각하니 눈에서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노을이 지고 어두운 그림자 세계의 하늘에 별들이 떴다. 별을 바라보며 랑이는 생각했다. ‘이젠 그림자로 살고 싶지 않아. 더 이상 숨지 않겠어. 위로와 사랑을 주고 싶어.’ 그렇게 나무에서 내려와 집으로 달려갔다. 아까는 열리지 않던 문이 마치 잠기지 않았던 것 처럼 부드럽게 열렸다.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으로 침대에 누었다. 하지만 그림자가 되기 전에 그날 밤처럼 잠이 오지 않았다. 옆에서 시끄러운 알람소리가 들었다. 고개를 돌려 시계를 봤다. ‘7:00’가 적혀 있었다. 랑이는 벌떡 일어나 이불을 정리하고 밖으로 나갔다. 마치 그림자 세계에서 있었던 일들이 다 꿈인 것처럼 아무 일도 없는 듯이 아침이 시작되고 있었다. 랑이는 서둘러 옷을 입고 집 밖으로 나갔다. 새가 지저귀고 있었고 옆집 강아지가 짖고 있었다. 따사로운 햇살에 시원한 바람, 랑이는 눈을 감고 숨을 들이마셨다. 폐 속으로 시원한 공기가 들어오면서 기분이 좋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랑이는 기쁜 마음으로 발을 내딛으며 가볍게 앞으로 걸어갔다. 강아지와도 인사하며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걸어가다가 랑이의 발걸음이 멈춰 섰다. 눈 앞에 전봇대가 보이고 아이들이 보였다. 랑이의 발은 생각할 틈도 없이 전봇대 뒤로 향하고 있었다. 전봇대 뒤에서 랑이는 마구 뛰고 있는 심장을 부여잡고 숨을 가쁘게 쉬었다. 아무일 없는 듯이 걸어가야할까, 아이들이 다 지나갈 때까지 숨어있어야하나, 어떻게 해야할까, 랑이의 머리 속은 바쁘게 움직였다. 마침내 랑이는 결심한듯이 주먹을 지고 숨을 내뱉었다. 랑이의 발걸음은 당당하고 활기차게 전봇대 뒤에서 나와 앞으로 걸어갔다. 랑이의 발소리가 들렸는지 아이들은 동시에 뒤를 돌아봤다. 랑이와 눈이 마주친 아이들은 랑이가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었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얼굴이 굳어지고 어쩔줄 몰라하는 표정으로 랑이를 쳐다봤다. 랑이는 그런 아이들의 표정을 눈치채고 빙긋 웃었다. 발걸음을 빨리해서 아이들을 추월해 아직 많이 남은 학교 가는 길을 걸어가 학교에 먼저 도착했다. 랑이는 아까전 자신이 했던 행동 때문에 가슴이 뛰는 걸 진정시키고 그 행동을 곱씹어 보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잘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은 그 아이들과 가까워진 것 같은 기분도 들었다. 자신이 너무 멋지고 사랑스럽다는 생각이 계속 들자 랑이는 기분이 점점 좋아졌다. 의자에 앉아 발을 구르고 책상에 웃는 얼굴을 그리면서 웃음이 계속 새어나오는 걸 참으며 행복을 만끽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아이들이 들어왔다. 랑이는 인사해볼까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너무 이른 것 같다는 생각에 고개를 저으며 생각을 접었다. 그렇게 수업이 시작되고 점심시간이 되었다. 밥을 먹기 위해 식당으로 갔는데 그 아이들이 밥을 먹고 있었다. 랑이는 그 아이들 옆에서 같이 밥을 먹으며 이야기를 하고 싶었지만 아침처럼 너무 성급하다는 생각에 아이들과 조금 떨어진 자리에 가서 앉았다. 랑이를 좋아하던 친구들이 랑이의 곁에 앉아 같이 밥을 먹었다. 랑이는 자신과 같이 밥을 먹고 있는 친구들이 너무 고맙고 미안했다. 이전에 왕따 당할까 두려워했는데 두렵지 않아도 됐었다는 사실이 고마웠고, 아이들이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을 거라 오해해서 미안하기도 했다. 행복하고 즐거운 점심시간이 끝나고 다음 수업이 시작됐다. 수학 조별활동을 하는 시간이었는데 자신을 왕따시키자고 말했던 그 아이와 같은 조가 되었다. 예전 같았으면 너무 무섭고 정말 아무것도 하기 싫고, 오늘 학교 왜 왔을까 라며 두려워했겠지만 지금의 랑이는 전혀 무섭거나 두렵지 않았고 오히려 이 아이와 친하게 지내고 싶었다. 모형을 만드는 활동이었는데 랑이 옆에 풀이 놓여있었다. 만들다 풀이 필요해서 풀을 잡았는데 제대로 잡지 못하고 풀을 놓쳐버려 풀이 떨어졌다. 랑이는 모형을 한 손으로 고정하고 있는 상태라서 풀을 주울 수 없었다. 옆에 있는 친구에게 부탁하려는 그 때, 누군가 풀을 주어 책상 위에 올려주었다. 랑이는 놀라서 그 아이를 쳐다보았는데 자신을 왕따시키자고 말했던 그 친구였다. 랑이는 조금 의아했지만 친해질 수 있겠다는 희망이 생겨 기분이 좋았다. 마치 어두컴컴한 터널 안을 지나고 있는데 저 끝에서 출구의 밝은 빛이 보이는 느낌이었다. 수업이 끝나고 랑이는 책상을 정리한 후 그 친구를 눈으로 찾아보았다. 그 친구는 교실 뒷문으로 나가고 있었다. 랑이는 서둘러 그 친구를 따라 나섰다. 그 친구는 다른 반에서 자신의 친구들을 데리고 같이 이야기를 하려고 간 것이였다. 랑이는 같은 반 친구 말고 다른 반 두 명의 친구들과도 친해지고 싶었다. 그 세 명의 아이들이 교실을 나와 랑이의 눈 앞에서 사라지고 나서 랑이는 다른 반 친구들에게 두 친구들에 대해서 물어봤다.“혹시, 쟤네 둘은 뭘 좋아해?, 어떻게 하면 친해질 수 있을까?” 랑이의 질문에 친구는 뜸을 들이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랑이야, 쟤네랑은 친해지지마. 쟤네 완전 나쁘고 애들도 쟤네들 다 싫어해.”그 소리를 들은 랑이는 큰 소리로 말했다. “아니야! 쟤네들은 나쁘지 않아. 너희가 잘못 알고 있는거라고. 잘 알지도 못하면서, 친하지도 않으면서 그렇게 함부로 말하지마!!”랑이는 서둘러 그 반을 나와 자신의 반으로 갔다. 랑이는 친구들에게 화도 나고, 그 세 명의 친구들이 불쌍하고 그 친구들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더욱 친해져서 저 친구들이 나쁜 아이가 아니라는 걸 친구들이 알아서 나쁜 소문이 퍼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남은 수업시간이 빠르게 흘러갔다. 수업이 끝나고 랑이는 교실 청소를 하고 있었다. 두 명의 친구들이 랑이의 반으로 왔다. 랑이의 반에 있는 친구와 같이 집에 가려고 한 것이었다. 그 세 명의 친구들이 집에 가려고 할 때 그 중 한 명이 교실 바닥에 떨어져있는 쓰레기를 주워 쓰레기통에 버리고 갔다. 랑이는 너무 기뻤다. 저 친구들도 자신과 친해지고 싶어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집에 도착한 랑이는 수업 끝나고 그 친구가 해준 행동을 곱씹으며 잠에 들었다. 다음 날 아침 따뜻한 햇살을 맞으며 랑이는 상쾌하게 일어났다. 옆에 있는 시계에는 ‘7:00’ 가 적혀 있었다. 상쾌한 아침을 즐기며 랑이는 이부자리를 정리하고 방을 나갔다. 방을 나가자마자 갓 지은 밥 냄새가 났다. 아침 밥을 기대하며 랑이는 거실로 향했다. 아빠, 엄마는 밝은 얼굴로 랑이에게 말했다.“랑이야, 잘 잤니?”랑이는 대답했다. “네, 아빠, 엄마도 안녕히 주무셨어요?”랑이는 맛있게 아침을 먹고, 일찍 준비를 마쳤다. 흰 가방을 메고 랑이는 집을 나섰다. “다녀오겠습니다.”랑이는 행복한 마음으로 학교에 갔다. 수업이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게 점심시간이 되었다. 복도에 나와 급식실을 향하는데 복도에 맛있는 밥 냄새가 났다. 랑이는 점심을 기대하며 복도를 총총 뛰어갔다. 랑이는 급식을 받고 식탁에 앉았다. 그 순간 랑이의 앞에 누군가 섰다. 그 세 명의 친구였다. 그 세 명의 친구들 중 랑이와 같은 반 친구가 랑이에게 말을 했다. “랑이야.. 네가 우리 얘기하는 거 들었어.”“아…그건..미안해. 너희를 잘 모르면서 그렇게 말해서…”“아니, 그걸 말하려고 하는게 아니야. 우리를 옹호해줘서 고마워… 우린 너에 대해 안 좋게 말했는데…”“난 너희가 좋은 아이들이라고 생각해.”“랑이야...너무 고마워..그리고 너무 고마워”“우리 화해하는거다ㅎㅎㅎ"랑이와 세 친구들은 서로 화해하며 친하게 지내게 되었다. 같이 모여 점심을 먹고 교실로 함께 걸어갔다. 랑이와 세 친구들이 교실에 들어가자 교실이 한순간에 조용해졌다. 3초정도 정적이 흐르자 교실 곳곳에서 웅성이는 소리가 들렸다. “야, 쟤네 뭐냐?”“강이랑이랑 쟤네 셋은 뭔 조합?”“그니까ㅋㅋㅋㅋㅋ" 랑이와 세 친구들은 랑이의 자리로 갔다. 그리고 주변은 신경쓰지 않고 서로 이야기를 나눴다. “랑이야, 넌 우리 안 미워..?”“음.. 예전에는 미웠었는데, 지금은 안 미워.” “왜?”“너희가 좋고, 친해지고 싶고, 더 알아가고 싶으니까. 너희를 미워했었던 때는 너희를 잘 알지 못했지만이제는 너희를 알고 싶어.”“랑이야, 우리도 너랑 친해지고 싶고 너가 어떤 아인지 알고 싶어!”랑이와 세 친구들은 즐겁게 웃으며 점심시간을 보냈다. 점심시간이 끝나고 두 친구가 자기들의 반으로 돌아갔다. 이번 수업 시간은 수학 시간이었다. 랑이는 그 친구와 같이 수업을 할 수 있어서 기뻤다. 두 아이는 서로 모르는 문제를 물어보며 문제를 풀었다. 두 아이들과 같은 조가 된 나머지 두 명의 친구들은 처음에는 말도 안 걸고 자기들끼리 이야기하며 랑이와 친구에게 말을 걸지 않았지만 랑이와 친구가 계속 문제를 물어보고 말을 걸자 이내 네 명의 아이가 함께 이야기하며 수학시간을 보냈다. 수업이 끝나고 두 친구들은 랑이와 그 친구에 대해 자신들이 가졌었던 생각들이 바뀌게 되었다. 자신들이 오해하고 있었고, 잘못알고 있었고, 그래서 벽을 치고 있었던 것을 알게 되었다. 랑이는 그 친구들이 변한 것을 보고 모두 바뀔 수 있다고 생각했다. 모두의 오해를 풀고 벽을 허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모든 수업이 끝나고 선생님이 들어오시기 전, 랑이와 같은 반인 그 친구가 일어나서 앞으로 나갔다. 교탁 뒤에서 고개를 숙이고 서 있었다. 랑이를 포함한 같은 반 친구들 모두가 그 친구를 쳐다보았다.그 친구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반 곳곳에서 누군가 말했다. “뭐야? 너 왜 거기 서있어?”“얼른 자리에 다시 앉아. 뭐 할 말 있냐?”교탁 앞에 나간 그 친구는 뭔가 결심한 듯 고개를 들고 모두를 쳐다보았다. “얘들아, 너희는 날 나쁜 아이라고 생각하겠지?, 내가 생각해도 그렇게 생각할 것 같아.”그 친구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난 나쁜 아이가 맞아. 내가 너희 참 많이 괴롭혔지..?, 그 힘듦을 아는 내가 그러면 안되는 건데 말이야.얘들아, 정말 미안해. 너희가 나를 앞으로도 쭉 나쁜 아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한 번만 기회를 줄래?”그 친구는 곧 울 것 같은 목소리로 말을 끝맺고서는 자리로 터벅터벅 걸어왔다. 그 말이 끝난 후 곧바로 선생님이 들어오셨고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모두 집으로 돌아갔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 친구는 혼자서 집으로 걸어갔고, 랑이와 다른 반 두 친구도 혼자서 자기들의 집으로 향했다. 그 날 하루는 많은 일들이 있었고, 복잡한 마음이었지만 한편으론 편안한 마음도 들었다.다음 날 아침, 평소보다 일찍 눈이 떠졌다. 아직 해가 뜨기 전이었다. 침대에 누어서 고개를 돌려 시계를 보니 ‘6:30’ 이 써있었다. 침대에서 일어나서 이불정리를 하고 일찍 일어난 만큼 해가 뜨는 걸 보고 싶어서 집 밖으로 나갔다.바깥 공기는 조금 쌀쌀했다. 아직 해가 뜨지 않아 주변이 어두웠다. 랑이는 집 앞에 있는 의자에 가서 해가 뜨길 기다렸다. 시간이 조금 지나자 곧 해가 떴다. 해가 뜨니 주변이 환해지고 따뜻해지더니 그림자가 생겼다.밝은 빛이 있다면 어쩔 수 없이 생기는 그림자를 보면서 랑이는 생각했다.‘어쩔 수 없이 그림자가 생긴다면 작고 짧은 그림자를 만들면서 살아야지.’해가 다 뜨자 랑이는 다시 집으로 들어왔다. 평소처럼 랑이는 학교에 갈 준비를 하고 학교로 향했다. 교문 앞에 누군가가 서있었다. 교문에 거의 다 다르자 그 사람은 랑이를 불렀다. 가까이 다가가니 그 사람은 랑이와 같은 반 친구였다. 랑이는 무슨 일일까 하며 그 친구에게 다가갔다. “랑이야, 그...우리반 걔 있잖아…”그 친구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랑이는 처음에 누굴까 하다가 어제 교탁에서 이야기를 했던 그 친구가 떠올랐다. “어, 왜?”“그게.. 난 걔가 정말 나쁜 얘라고 생각했거든, 근데 어제 그 말 듣고 생각해봤는데, 어제 그 말 믿어보려고. 네가 며칠 전에 ‘그 친구에 대해 너희가 잘 알지도 못하고 잘못알고 있을 수도 있는데 그렇게 함부로 말하냐’ 는 말을 듣고 정말 그랬었구나 생각이 들었어.”그 친구는 머리를 긁적이며 깨달았다는 듯이 말했다.랑이는 웃으며 대답했다. “그렇게 말해줘서 정말 고마워.”랑이와 친구는 함께 교실로 들어갔다.그런데 교실이 소란스러웠다. “널 잘 알지도 못하면서… 미안해..” “너를 그렇게 나쁘게 이야기하던 나도 나쁜 사람이야…”교실에서는 그 친구와 반 친구들이 서로 사과하며 화해하고 있었다.랑이와 친구가 교실로 들어오자 이번엔 랑이에게 모두들 몰려와 며칠 전에 그렇게 말해줘서 고맙다고, 네 덕분에 많이 생각해볼 수 있게 되었다고 이야기했다. 모두들 웃으며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선생님이 들어오셨다. 선생님이 말씀하시고 똑같은 하루가 반복됐다. 학교가 끝나고 랑이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전봇대의 길게 드리워진 그림자를 보고 작은 미소를 띄웠다. 그리고 자기에게 말했다. ‘좋아하는 마음이, 멋지다고 생각하는 그 마음을 질투하고 싫어하는 마음으로 바뀔 것 같더라도 좋아하는 마음, 멋지다고 생각하는 그 마음을 지키자.’작은 키에 통통한 외형, 그러나 남들의 시선을 신경쓰지 않고 누구보다 밝고 명랑하게 지내는 그 아이는 남들에게 친절하고 그 누구보다 자신을 사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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